(3)을 쓰게 되네요.
(2)에서 MECE를 소개하면서 잘 나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는데,수학뭘배워야하나클리앙 조금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봤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봤는데, 아쉬운 점이 자신이 아는 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었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아는 것을 일단 잘 나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잘 나열하는 방법 중 하나가 MECE인 것이고요.
다른 측면에서 설명과 설득을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신입사원같이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사람이라면 상사가 시키는 것만 제대로 하길 바랄 것이고, 조금 지나면 스스로 하고, 조금더 지나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를 바라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게 필요할 때가 오는 것이죠. 거기서 조금더 지나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도 하면서 설득을 해야하는 단계가 됩니다. 수학에서 배워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설명하는 방법 중 하나인 나열하는 것도 있지만, 설득할 때 필요한 내 생각, 내 설명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건을 나열하고, 알려진 사실들을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연결해서 내가 주장하고 있는 이 결론이 가장 합리적인,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학과를 다닐 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1+1=2라는 것을 증명한다면서?" 일 겁니다. 실제로 배웁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58944&docId=3566894&categoryId=58970
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관점에서 조금더 풀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 사실 실제로 배운 것은 1+1=2 라는 것을 증명한다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무언가만 가지고 숫자라는 것과 연산이라는 것을 정의해서,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수식이 성립하도록 수학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무언가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 1이 무엇일까요? 사람 한명? 사과 1개? 휴대폰 1개? 지구 1개? 바이러스 세포 1개? 같은게 맞나요? 같은게 맞다면 그 같은게 뭘까요?
- 이런 고민을 오래전에 철학자들과 수학자들이 했던 것 같습니다.
- 저도 배우기만 했고, 실제로 예전의 일들을 조사해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는 유클리드와 데카르트만 언급할 것 같습니다.
- 시간 순서와는 다르지만 데카르트가 먼저 등장합니다.
- 네 맞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을 한 사람입니다. 존재론 혹은 합리론의 데카르트, 경험론의 베이컨.. 이란 식으로도 배웠을 겁니다.
- 데카르트는 철학자이면서 굉장한 수학자였다고 합니다. 수포자라고 해도 좌표계는 대충 아실 겁니다. x,y 두 개의 좌표로 평면상의 점의 위치를 표현하죠. 이 직교좌표계를 제일 처음 만든 사람이 데카르트라고 합니다. 그래서 직교 좌표계를 얘기할 때 영어로 Cartesian coordinate 라고 하는데 데카르트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 저 위의 말이 더 중요합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는 것은, 공통적으로 맞다라고 인정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가를 고민하다가 나온 거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오래되어서 제 기억이 명확하지 않음을 양지바랍니다. 유클리드의 기하학개론을 보면 이거는 증명할 수 없으니 그냥 맞다고 인정하자고 하는 공준이니 공리이니 하는 것들이 몇개 있습니다. 근데 그게 정말 맞다고 인정해도 되는가를 고민하다보면 끝이 없어집니다. 그러다가 데카르트는 지금 이 고민을 하고 있는 나는 있는게 맞나 하는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만나서 물어본게 아니라서 진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실재하는게 맞는지, 매트릭스에 누워있는 네오가 꾸는 꿈을 표현하는 몇개의 디지털 숫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 데카르트는 이런 고민을 하다가, 계속 고민해봐야 의미없다. 고민하고 있는 나 자신은 있는게 맞다라고 하고 시작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 여기서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무언가만 가지고 숫자라는 것과 연산이라는 것을 정의해서,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수식이 성립하도록 수학체계를 만드는 것"을 다시 꺼내봅시다.
- 숫자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무얼까요? 1이라는 숫자, 하나라고 하는 것? 기수?서수?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무언가는 없을까요?
- 몇백년전 사람들은 이것을 집합으로 만들게 됩니다. 근데 또 고민이 시작됩니다. 집합이란게 뭘까요?
- 수학교과서를 가지고 계신 분은 한번 찾아보세요. 아마도 "속해있는 원소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모임" 정도로 되어있을 겁니다. 이게 명확한 정의일까요?
- 유클리드의 기하학에는 평행선 공리가 맞는 건가 따지다가 새로운 수학이 나왔는데, 집합에서는 선택공리라는게 있습니다.
- 집합을 명확하게 정의를 안하고 따지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선택공리는 기억을 더듬어 적어본다면, "모든 집합을 나열하고 각 집합에서 원소를 하나씩 뽑아서 그걸 다 모은 집합을 생각할 때 그것도 집합이다"라는 겁니다.
- 이게 왜 문제냐고요?
- 여기서 버틀란드 러셀이 등장합니다. 러셀의 역설이라고 말하는 이발사의 역설이 있습니다. 이발사가 "나는 우리 동네에 사는 사람 중 자기 스스로 면도를 면도를 할 수 없는 모든 사람을 내가 면도해준다"라고 했다는데, 이 이발사는 자기 자신은 면도를 해주는 걸까요 못하는걸까요?
- 러셀의 역설과 위 선택공리가 동치라고 합니다. 동치가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는 저한테 묻지 마세요. 수학을 배우는 와중에도 몰랐습니다. ^^
- 아무튼 여러가지 문제로 집합을 좀더 명확히 정의해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낸게 공리계라는 것이고 페아노 공리계니 체르멜로-프렝켈 집합론이니 하는게 생겼습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47324&docId=3405286&categoryId=47324
https://ko.wikipedia.org/wiki/%EC%B2%B4%EB%A5%B4%EB%A9%9C%EB%A1%9C-%ED%94%84%EB%A0%9D%EC%BC%88_%EC%A7%91%ED%95%A9%EB%A1%A0
- 위 링크들을 들어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런 내용은 제가 여기 적을 수가 없습니다. 저도 잘 모르거든요.
- 약간 알고 있는 것만 표현한다면, 결국 집합이 뭔지 모르겠는데, 일단 공집합이란건 있다고 가정하자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공집합을 원소로 갖는 집합도 집합이라고 정합니다. 합집합을 정하고, 멱집합을 정하고
- 집합과 집합사이에 1:1 대응이 존재한다면(전단사함수) 두 집합사이에 "기수"가 같다라고 합니다. 기수가 같은 집합들을 모아서 숫자를 정의합니다.
- 합집합을 이용해서 덧셈을 정의합니다. 뺄셈과 곱셈, 나눗셈 등등을 정리합니다.
- 순서가 조금 뒤바뀐 것 같긴 한데, 이렇게 하나하나 정의하다가, 무한이란 말도 정의를 해야하는데 그것도 있는지 없는지 따지기기 너무 힘들어, 무한집합이란 것도 있다고 정했던 것 같습니다.
- 숫자를 정의하면서 연산만 정의하면 안되고 순서를 정합니다. 대소 비교가 여기서 나옵니다.
- 이쯤 하다보면 나눗셈이 이상해지고, 결국 분수 생각을 하고, 유리수라는 것을 정의합니다.
- 무리수도 정의해야하고, 유리수와 무리수를 합쳐서 실수를 정의합니다.
- 지난 번에 (1)인가 (2)인가에서 언급한대로, 실수에서는 방정식이 완전히 풀리지 않기 때문에 복소수를 정의합니다.
- 중요한 개념을 빼먹었는데, 위에서 무한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자연수 집합의 원소도 무한이고, 유리수 집합의 원소도 무한이고, 무리수나 실수의 집합도 무한인데 수준이 다릅니다.
- 자연수의 집합은 유리수 집합의 부분집합이지만 갯수는 같습니다. 위에서 말한 "기수"가 같다는 말입니다.
- 정말이냐고요? 예전에 증명한 사람이 많으니 찾아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두 집합은 "countable"입니다. 무리수랑 실수는 자연수보다 엄청나게 많습니다. 기수가 다릅니다. 여기서부터는 uncountable입니다.
- 자연수의 집합과 실수의 집합의 기수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데, 그 사이에 다른 무한집합이 있느냐도 굉장한 논쟁거리라고 합니다. 이걸 연속체 가설인가 그랬는데, 위에서 말했던 선택공리,러셀의 역설과 동치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 이런 식으로 수체계를 만들고 우리가 알고 있던 수학을 다시 다 만들어내는 것이 수학기초론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만큼을 제대로 증명했으니 이제는 이건 다 맞다고 가정하고 새로운 것을 연구합니다.
- 근데 이 수체계에서 선택공리(혹은 러셀의 역설이나, 연속체 가설이나)가 맞다고도 증명할 수 없고, 틀리다고도 증명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걸 수체계에 포함시켜도 완전한 수체계가 되고, 빼도 괜찮다고 합니다.
- 이걸 근본적으로 증명한 사람이 괴델입니다. 괴델의 불완전성원리는 인간이 어떤 체계를 만들더라도 그 안에는 어쩔 수 없이 증명불가능한 명제가 존재한다고 증명한 것이라고 합니다. 역시나 무슨 소리인지 저한테 추가 질문하시면 안됩니다. ^^
- 19세기 말~20세기 초가 인류의 문명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하는데, 당시 힐베르트 (유명한 가우스의 제자의 제자던가..)가 이만큼만 우리가 증명하면 수학은 모든 것을 정복하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23가지 문제를 나열했는데, 20세기 들어서면서 아인쉬타인이 뉴튼 역학으로 설명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주장했고, 미시의 세계에서는 불확정성원리라는게 나왔는데, 수학에서는 위에서 나온 불완정성원리로 완벽한 수학이라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삼천포로 너무 많이 빠졌습니다. 이럴 것 같아서 (3)을 안 적으려고 했는데..
- 갑자기 결론을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자체적으로 검증하고 새로 만들어서 굉장히 이견이 없도록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문제에 대해서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라고 하면 그런갑다 하는 것 같습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했던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빅뱅이 있었다는 것도 결국 수학적으로 증명했던 것 같습니다. 빅뱅이란게 뭐든 이름 붙이기 나름이겠지만 150~200억년전 이 우주는 뭔가 특이점에서 시작했다는 건 맞는 것 같다는거죠. 특이점이라는게 뭐야 할 수도 있는데 수학에서는 미분불가능한 점? 불연속인점? 정도 될 것이고, 물리학에서는 그 이전 혹은 그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 이후 혹은 밖의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건의 수평선(event horizon)을 뜻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 이제 제 결론을 논리의 비약을 이용해서 말하자면 수학에서 배워야 할 것은 이렇게 내가 무언가를 설명하고 설득하고 논증을 할 때, 내가 아는 것과 상대방이 아는 것의 공통된 최소한의 것만 이용해서 논리적으로 전개해 내 결론을 증명하는 방법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고. 그렇게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물론 아시겠지만, 사람에 따라 통하는 사람도 있고 안통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 그래도 중요한 것은 내 설명을 듣는, 내가 설득해야하는 상대방이 알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그 기반에서, 그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논리로, 내 주장을 설명해야 설득이 된다는 것입니다.
- 단계적 접근과 장기적인 시도가 가능하다면 첫번째 시도에서 실패했을 경우,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중간단계의 결론을 미리 언급하고, 그 내용을 계속 상기시켜주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논리와 단서가 혼용될 때에는 각 논리와 단서를 언급하는 순서와 관련된 결론의 순서를 일치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 논리적으로 전개라고 할 때 이 논리가 맞냐 틀리냐를 따지는 학문도 있고, 그 논리가 맞느냐를 얘기하는게 메타논리라고 알고 있는데 요즘은 메타라는 단어를 다른 곳에서 많이 써서 이상하긴 합니다.
오늘도 많이 길어졌습니다. 정말 횡설수설하고 삼천포로 너무 멀리갔다가 갑자기 결론을 내리는 바람에 제 말의 정당성이 굉장히 의심받을 것 같네요.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쓱 읽어보시고, 너무 많이 이상하게 쓴 부분은 구루 분들이 수정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