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새로운 글로 돌아왔습니다.
기후변화
2023년도 여름은 엘니뇨로 인해 고온과 홍수 등 피해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지만 없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2024년 여름,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도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가 적지 않았는데, 인삼밭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고온을 대비하려 했지만...
막상 밭이 멀다보니 밭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스프링클러 작동하러 갈 시간이 나질 않는다고 저보고 틀어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인삼은 타들어가는데 너무 바빠서 자기는 못가고 있답니다.
하아....나는 한가하냐!?
스프링클러로 환경제어하기
그래서 가볍게 자동화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 지그비 센서와 라즈베리를 이용해서 스프링클러 자동화를 시작해봤습니다.
인삼에 관련된 논문도 찾아보고, 인삼연구소에 문의도 해봤지만 자동화를 위한 실험은 없어서, 오클랜드에서 스프링클러로 온도를 낮추고 생산량을 늘린 실험 결과를 참고했습니다. 고온피해로 연간 수백만불을 날린다니...이런 실험도 하나 보네요.
한 번에 장시간 작동하는 것보다 펄스 방식으로 한시간에 5-15분 작동하는게 좋음. 정도의 결론이어서 환경이 다른 지역에서 무작정 따라하기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VPD
그래서 찾은게 포화수증기압차, VPD 입니다.
식물은 인간처럼 근육이나 소화기관이 없어도 영양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광합성이란걸 한다고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광합성의 여러가지 조건 중에서 온도와 습도의 관계에 의한 증발 정도가 중요한데, 그것을 수치로 알 수 있는 것이 포화수증기압차, VPD 입니다.
식물이 고온피해를 입는 것은 VPD가 높아서, 즉 증발이 너무 강하게 일어나면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 기공을 닫고 광합성을 멈추는데, 며칠간 지속되면 말라서 죽어버리게 됩니다.
VPD는 압력단위 Pa(파스칼)을 사용하는데, 일반적인 온실환경에 적합한 VPD는 0.45-1.25kPa 이며, 최적의 광합성에는 0.8-0.95kPa이 적당하다고 합니다.
VPD를 알려면 대기의 온도와 습도, 식물 잎의 온도를 알면 위의 공식으로 계산할 수 있는데요...
매번 계산하기 어려우니까 이런 표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잎의 온도는 대기온도보다 2도 낮은 버전이고, 일반적인 채소류 기준입니다. 화훼류는 0.5kPa 더 높게 잡으면 됩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에 문의해서 얻은 논문을 기초로 1.6kPa라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예를들어, 대기 온습도가 38도, 50% 이면 VPD는 3kPa 가 됩니다. 이 상태로 3-5일이면 고온피해가 시작되서 잎과 줄기가 탄 것처럼 마르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온도는 3도, 습도는 12%만 높여도 VPD는 1.6kPa 밑으로 떨어지게 되고, 과도한 증발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시스템
그래서 지그비 8천원짜리 온습도 센서 4개를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과 그렇지 않은곳에 설치하고
펌프에도 만원짜리 지그비 콘센트를 달아줍니다.
옛날 7만원에 샀던 라즈베리파이에 3만원짜리 zigbee2mqtt 도 설치하고...mosquitto로 mqtt를 주고받고...그렇습니다.
- 중간은 과감하게 생략 합니다. -
데이터를 처리하고 1.6kPa 를 목표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도록 셋팅합니다.
센서에서 얻은 온습도 데이터 > VPD 계산 > 목표 VPD에 도달할 수 있도록 Pulse 방식으로 펌프 전원 켜기
이런 구조입니다.
인삼밭은 외딴곳이라 인터넷이 될리가 없습니다. 3.6만원짜리 LTE 라우터를 설치합니다. 인터넷은 되지만, 라즈베리파이에서 서비스를 바로 실행할 수 없습니다. 집에 있는 공유기에 wireguard 를 설정하고 연결합니다. 됩니다.
비용은 대충 15만원 정도? 그리고 제 노동력 갈아넣기...아..방수를 위해 플라스틱 박스와 USB 연장케이블...기름값 해서 20만원이라고 퉁치겠습니다.
대충 이런 제어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수백만원은 더 든다고...뭐 그냥 들은 이야기이니 출처 확인은 어렵습니다. 그렇습니다.
결과
하루 예시 입니다.
스프링클러 제어가 없는 인삼밭은 34-36도, 습도 55%, VPD 2.5-2.7kPa 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인삼잎 다 타겠습니다....먼산...
스프링클러 설치하고 제어한 곳입니다.
온도는 32-34도, 습도는 65%, VPD 1.8-2.0kPa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위험합니다. 초기 데이터인데, 나중에 스프링클러를 조금 더 작동하도록 했습니다.
8월초~20경 데이터 입니다.
설치하지 않은곳은 VPD 2.0-3.5kPa까지 무섭게 올라갑니다.
설치한 곳은 1.6-1.8...높아도 2.0...가장 더웠던 날은 순간 2.5kPa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해당지역의 당일 최고 온도는 40도가 넘게 관측 되었으니 크게 다르진 않을것 같습니다.
대기 환경에 따라 물사용량이 제각각입니다. 저런걸 저보고 직접와서 틀어달라고한 인삼밭 관리자가 생각납니다.
태풍이 왔을 때, 그리고 며칠간 습도가 높았을 때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흡족함...이 몰려옵니다.
10월까지 운영한 결과를 보시겠습니다.
미설치 구간입니다. 초토화...군요
설치 구간입니다. 어...진짜 되네?
그렇습니다. 됩니다....VPD...괜찮은 것 같습니다.
사족
대부분의 식량자원은 노지에서 생산하고 있고, 미래도 당분간은 노지 농업을 제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스마트농업 하면 보통 온실이나 공장형 재배시설을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지용 스마트농업에 대한 인식도 개발도 지원도 많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노지 스마트농업 관련 사업 대상지도 둘러보고 담당자분들도 만나봤지만, 성공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데이터센터를 대상지 옆에 지어야 한다고...많은 예산을 허가도 안나고...인프라도 없는 논밭 한가운데 데이터센터 짓느라...소모하는 행정을 보고 있자면 자세히 보지 않아도 물도 없이 고구마 먹는 심정처럼 답답 했습니다.
작은 시범사업이 지자체 별로 우후죽순 생겨나지만, 잘 뜯어보면 스마트라는 이름을 씌운 새로운 지원사업일 뿐...센서나 데이터를 이용하는건 사실상 무늬만 있고, 자동관수장치를 국가보조로 판매하는데 센서와 IoT 기능을 살짝 끼워넣는 수준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온습도 보고, 펌프 켜고끄고...끝!
그래서 조금 저렴하게 기존에 있던 장비를 사용해, 노지에서 환경제어를 시도해봤습니다.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 했었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따라할 수 있는 환경제어기를 만들어보는 소재로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죄송;;
신제품 개발중인 관계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관심있는 분들이 모인다면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드리러 다녀볼 생각입니다.
당장 지역에서 스마트농업연구회가 있는데 다행히도 다들 반가워 하십니다.
- 아직 중간에 생략한 부분은 설명하지 않았거든요...
포스가 여러분과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