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영화 존윅4가 개봉합니다. 내 물건 잘못 건들면 패가망신한다는 스토리로 영화가 4편까지 나오는 대단한 시리즈죠. 전 그런데 기대되는 것이 사실 존윅의 스토리나 액션이라기보다 잘나가는 영화의 품질보증 표처럼 통용되는 색보정회사 company3가 작업했다는 점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di 작업자 질 보그다노비치의 작업물이라서 제일 기대가 됩니다.
이분이 질 보그다노비치
질은 존윅시리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조커, 샹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등의 di 작업을 한 헐리웃 색보정 회사 company3의 시니어 컬러리스트입니다. 참고로 컴퍼니3는 헐리웃 영화 절반 이상 해 먹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혹시 영화 보실 때 색감과 작업방식에 관한 기시감을 느낀 적 있으신가요? 영화의 내용과 연출은 분명히 다른데 뭔가 말할 수 없는 비슷한 냄새가 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나중에 그래서 체크해보면 색보정 작업자가 똑같은 경우가 더러 있어요. 질의 아버지는 코닥에서 필름룩 개발에 참여하신 분이고요.
아버지 젊은 시절 ㅋㅋ
부녀가 대대로 색보정 관련업을 하는 집안입니다. 질이 작업한 존윅 시리즈를 통해 헐리웃 최고의 컬러리스트는 어떤식으로 작업하고 작업의 기준은 무엇인지 한번 간단히 요약해보겠습니다.
*질 보그다노비치의 작업방식
프로 DI 작업자들의 업무 모습을 저도 옆에서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화를 하며 작업물을 만들어가곤 하는데 특정 장면을 어떻게 작업해야 전체적인 흐름과 조화로운지, 어떤 기능을 사용하면 효과적인지 등에 대해 얘기하게 됩니다. 예를들어 예전에 촬영한 영상 색보정센터에서 진행할 때 비가와서 어쩔수없이 촬영한 작업물인데 너무 톤이 어둡다 보니 위아래 흰색 바를 대볼까? 혹은 미니어처 느낌을 넣어볼까? 등 이런 눈을 갖고 있는게 프로고요.
질의 전공은 art&physics인데 대학에서 공부한 많은 것들을 색보정에 접목시켜 작업하곤 합니다. 질 역시 영화 작업할 때 해당 부분의 시각적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기능들을 사용합니다. 먼저 존윅의 작업방식을 살펴보면서 어떤식으로 보정을 진행하는지 더 디테일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준비과정
보통 영화촬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전에 스크린테스트를 합니다. 헤어 메이크업한 상태에서 카메라 앞에서 테스트를 진행하죠. 이때 영화에 사용될 lut을 미리 만들어서 카메라 테스트 때 바로 활용하면 어떤식으로 최종 룩이 결정되는지 어느정도는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생각보다 너무 desat인지 아니면 high contrast인지, 낮에는 괜찮은데 밤엔 이상하다 등등 미리미리 체크해서 추후에 cinematographer로 부터 영상을 받아 보정을 시작할때는 나름의 기준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렇게 미리 작업준비를 하는 이유가 에러에 미리 대비한다라는 측면만 있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영상제작자들은 deliver하는 채널이 많지 않습니다. 저는 주로 유튜브 및 각종 sns에 올라가는 영상을 만듭니다. 가끔 독립영화도 있긴하지만요. 하지만 헐리웃에서, 특히 마블의 경우 다양한 딜리버리가 요구됩니다. 3d, 2d, edr = hdr projected 등등이 있으며 또 vfx와도 연계작업도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재생이 되는지 체크하는 부분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 요즘 HDR 작업도 많이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현장에서 최종 룩의 느낌을 미리 본다는 개념을 넘어서는 준비작업이라고 보시면 될것 같습니다.
*존윅 얘기 하기 전에 잠깐 얘기하는 대비/색온도
색보정 개론서 펼치면 주구장창 나오는 얘기가 색온도, 채도, 대비에 대한 내용들입니다. 그만큼 보정에 있어 근간이고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대비가 강하면 보통 이미지에 긴장을 더하고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고 위험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집중해서 여기 보라는 의미도 줄 수 있고요, 그래서 상업 광고들 보면 대비가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버거킹 광고 보면 채도가 강하게 대비가 강하게 작업한 것들 많이 볼 수 있죠? 먹으라는 겁니다. 이에 반해서 대비가 낮으면 부드럽고,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은은하게 뭔가를 전달하고 싶은 광고들에 이런 부드러운 대비 값을 많이 쓰고 있죠.
매드맥스 DI작업자 에릭도 사막에서 촬영했지만 더 강렬한 느낌을 주기 위해 채도를 높이고 샤픈까지 높여 작업했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존윅의 경우 채도도 강하고 대비도 꽤 강한 영화입니다. 채도는 쉽게 연상되듯 폭력적인 주제에 맞게 강하게 작업했고 더불어 대비도 그러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비를 강하게 준데에는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존윅의 경우 상당 부분의 컷이 빠르게 변환되고 또 어두운 장면이 많습니다.
사람의 눈은 어두운 상황에서 contrast에 먼저 눈이 갑니다. 그다음에 디테일을 확인하게 되고요. 이런 시각적 특성을 활용해서 대비 값을 일부러 높여 작업하는 것도 있습니다. 빠른 컷이기 때문에 화면안에 봐야 하는 정보를 더 빠르게 보여주는 거죠.
대비 관련해서 하나만 더 말해볼게요. 일반적인 색보정 작업에서는 이미지에 어떤 강한 요소를 넣으면 (예를 들어 채도나 콘트라스트) 반드시 뭔가를 상쇄시켜서 빼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비가 높은 이미지의 경우 채도를 낮출 경우 밸런스가 맞다고 느껴지는 거고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강압적인 느낌이 나는데
존윅은 일부러 대비, 채도 둘 다 높여서 작업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이렇게 채도, 대비 둘다 강하면 너무 투머치 입니다.
둘 중 하나 상쇄시켜 밸런스를 맞춰줘야해요.
또 존윅은 강한 대비와 더불어 마젠타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젠타색 자체가 에너지를 주는 그런 느낌인데 마젠타가 영화에서 그리 많이 쓰이는 색은 아니에요. 너무 강하기에 특정 분위기와 장르에 주로 사용하게 되는 거죠. 혹시 넷플릭스 영화 케이트 보신 적 있나요?
이 영화에 마젠타 그리고 사이언/그린등이 꽤 많이 들어가 있는데 곧 시한부 인생인 주인공의 심경을 나타내기엔 적합한 색 조합이라고 볼 수 있죠. 존윅도 마찬가지로 이런 하이에너지 영화에 적합한 색이 바로 마젠타 그리고 시안입니다. 파란쪽은 일부러 색 시안 쪽으로 바꿔서 작업도 했고 영화 전반에 걸쳐 practical lighting이많은데 이런 부분의 조명도 대비를 강하게 그리고 색도 불필요하면 죽이거나 변형해서 작업했다고 합니다.
저도 촬영하고 보정하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해당 주제가 가장 잘 드러나게 보정하는 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보기 불편하고 자신만의 생각에 갇힌 영화나 영상이 아닌 친절한 영상에 조금 더 마음이 가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