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이 파손되면 두 가지 방식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부분 수리를 받거나,애플리퍼아이폰팩트체크새폰짜깁기폰클리앙 기기를 교체 받거나. 후자의 방법을 보통 ‘리퍼 받다’라고 표현하고, 교체 받은 단말기는 ‘리퍼폰’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리퍼폰’의 정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새 제품이라는 사람도 있고, 짜깁기 폰이라는 사람도 있죠. ‘리퍼폰’의 실체가 무엇인지 이 글에서 확실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에 리퍼 아이폰은 존재하지 않고, ‘리퍼 받’을 때 받는 폰은 리퍼폰이 아닌 ‘서비스용 교체품’입니다. 이 서비스용 교체품은 1) 완전 신품, 2) 재생 부품을 소수 사용한 신품, 3) 반품 물량의 재포장 제품이 섞여 있습니다. ‘재생 부품을 소수 사용한 신품’은 제조 공정상 ‘중고 수리품’에 가까운 리퍼비쉬 제품과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만, 해당 제품의 안정성이 신품과 100% 동일한지는 여러분께서 각자 판단하시면 됩니다. 분명한 것은 ‘중고 수리품’은 오직 ‘인증 리퍼비쉬 제품’으로만 판매되며 서비스용 교체품으로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내에는 인증 리퍼비쉬 아이폰이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리퍼 아이폰’을 볼 일이 없습니다.
아이폰을 유통 과정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새 제품(Retail unit)
말 그대로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중인 새로운 제품으로, 완전히 새로운 부품으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사진이 그려진 리테일용 상자에 포장된 제품입니다.
2. 인증 리퍼비쉬 제품(Certified Refurbished product)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새 제품과 별도로 판매하는 제품입니다. 반품되거나 기기 교체를 위해 반납된 제품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부품을 교체하고, 검수를 거쳐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됩니다. 엄밀히 따지면 ‘리퍼폰’은 바로 이 인증 리퍼비쉬 제품만을 의미하고,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리퍼비쉬 아이폰이 판매되지 않습니다.
3. 교체용 제품(Replacement unit)
우리가 말하는 ‘리퍼폰’은 백이면 백 이 교체용 제품을 의미합니다. 모델 번호가 F로 시작하면 새 제품, N으로 시작하면 교체용 제품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도 유효한 구분법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애플케어플러스 약관에서 애플은 이 제품이 ‘새 제품 또는 새 정품 부품 및/또는 중고 Apple 정품 부품으로 구성된 교체품’이라고 모호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https://www.apple.com/kr/legal/sales-support/applecare/applecareplus/kr/
이 교체용 제품의 정체는 미국에서 이뤄진 집단 소송 자료를 통해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은 개정 전 애플케어플러스 약관인데, 현행 약관과의 차이를 눈치채셨나요? “보증 기기를 신품 또는 성능과 안정성에서 신품과 동일한 교체품으로 교환한다”라는 표현이 사라졌습니다. 바로 이 표현을 문제삼아, 2016년에 미국에서 집단 소송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결국 2022년 1,300억 원 가량의 합의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송에서 애플은 교체용 제품이 어떤 것인지 상세히 밝혔습니다.
https://www.replacementdevicelawsuit.com/Content/Documents/Motion%20for%20Class%20Certification.pdf
원고측 질문에 대한 애플의 답변을 보면 교체용 제품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3-1. 교체용 새 제품(new unit)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새 제품(retail unit)과 동일한 공정으로, 완전히 신품 부품들로만 생산된 제품입니다. 새 제품(retail unit)은 제품 사진이 그려진 리테일용 상자에 포장되어 있지만, 교체용 새 제품은 흰색 무지 박스에 포장되어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3-2. 재생산 제품(remanufactured unit)
새 제품, 교체용 새 제품과 동일한 공정으로 생산되지만, 재생 부품(Recovered parts)과 신품 부품을 혼용한 제품입니다. 재생 부품은 반품 또는 교체를 이유로 애플에 입고된 아이폰을 부품 단위로 모두 분해해, 검사를 통과한 부품만을 선별한 것이다. 이 역시 흰색 무지 박스에 포장되어 있습니다.
3-3. 반품된 제품(reclaimed unit)
애플 소매점에서 미사용 상태로 보관된 재고나, 소비자들이 구입 후 14일 이내 반품한 제품들로 검사를 거쳐 교체용 제품으로 다시 포장됩니다. 소위 ‘묻지마 반품’된 제품들은 대부분 이렇게 처리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리퍼비쉬’ 제품은 절대로 교체용 제품으로 제공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럼 리퍼비쉬와 재생산은 어떤 점이 다를까요? 두 단어가 구분 없이 쓰일 때도 많지만, 엄밀히 따지면 리퍼비쉬가 ‘수리’나 ‘복원’의 개념인 반면 재생산은 새로 만들되, 일부 부품이 재생 부품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리퍼비쉬는 ‘수리된 중고’ 제품이고 재생산은 ‘재생 부품이 혼용된 신품’인겁니다.
여기서부터는 추측의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교체용 제품(Replacement unit)이 새 제품과 100% 동일한 컨디션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재생산 제품에 재생 부품이 혼용된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부품을 어느 단위까지 분해해 검수를 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예컨대 메인보드의 경우, 재생산 과정에서 메인보드 자체를 하나의 부품으로 간주해 문제가 있는 부분만 재생할까요, 아니면 메인보드를 구성하는 AP, 낸드, 램, 각종 IC, PCB를 전부 분해해 완전히 새로 조립할까요? 정황상 전자가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CWMQ8e_kQ
교체용 아이패드를 수리하는 영상입니다. 플럭스 자국과 납땜 자국이 잔뜩 남아 있는 메인보드 상태를 보면 AP, 램, 낸드, PCB, IC 등 모든 구성요소를 전부 분해해 다시 조립한 보드가 아니라 그냥 문제가 있는 부분(영상의 경우는 낸드)만 수리한 보드임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재생 작업은 그 유명한 화창베이 전자 상가가 있는 중국 심천(선전)의 하청업체들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다 사람이 한다는 소리죠. 그러니까 플럭스 자국이 저렇게 남는겁니다. 이런 보드는 애플의 일회성 검수는 통과할지 몰라도.. 장기간 사용시 신품 보드와 100% 동일한 성능과 안정성을 갖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소송 이후에 애플 케어 플러스 약관을 바꿔버린 것을 보면, 애플 자신들조차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모든 재생산 제품에 이런 수준의 재생 보드가 사용되진 않을 겁니다. 보드는 완전 신품이 들어가고, 카메라나 진동 모듈이 재생 부품으로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어쨌든 소비자 입장에서 복불복의 영역이 있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애플의 서비스 비용이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소위 리퍼 아이폰이라고 하는 것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서비스용 교체품’ 내지는 ‘교체용 제품’ 정도로 바꿔 부르는 편이 적절하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 교체용 제품이 언제나 완전 무결한, 새 상품과 동일한 컨디션의 제품인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또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알리 익스프레스 등지에서 판매하는 짜갑기 제품 수준인 것도 아닙니다. 새 제품을 받을 수도 있고, 운이 나쁘다면 거칠게 재생된 부품이 혼입된 제품을 받을 수도 있고, 설사 그렇더라도 아이폰을 사용하며 고장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운이 정말 나쁘다면 그 문제의 재생 부품에서 고장이 날 수도 있고.. 복불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