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높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가 예정된 한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던 그는 자부해도 될 정도로 열심히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며칠에 걸쳐 아이디어를 정리하고,손을안쓰고말하면말이잘될까클리앙 발표용 자료를 만들고 말할 원고를 만든 그는, 밤낮없이 준비했습니다. 특히 평소에 말하기에 자신이 없던 터라 연습이 자신감을 만들어준다는 말을 떠올리며 연습에 긴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는 일과가 끝나면 회의실에 들어가 발표 원고를 들고 소리 내어 낭독을 했습니다. 두 손으로 꼭 잡은 원고를 들고 하나도 틀리지 않겠다는 각으로 담아서 말입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결전의 날이 왔습니다. 발표 현장에 올라간 그는 비장한 각오로 임원들 앞에 서 말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너무 힘이 드는 겁니다. 말할 내용이 생각은 나는데 말하는 자신도 너무 어색하고 보고 있는 임원 들도 그런 시선으로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도 연습을 했던 덕분에 끝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임원 한 사람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자네 너무 긴장한 거 같은데? 너무 딱딱해서 알아듣기가 힘드네' 라고 말했습니다. 평가를 듣고 회의실을 벗어난 그는 너무 꽉 쥐다 못해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경직된 자신의 손을 발견했습니다.
열심히 발표 준비를 하고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충분히 준비를 했음에도 왜 그렇게 긴장한 걸까요? 무엇이 그를 딱딱하게 만들었을까요? 여려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한 가지만 꼽아보라면 '손'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사람은 의사소통을 할 때 말로만 하지 않습니다. 입으로 토해내는 언어 요소와 몸으로 보여주는 비언어 요소가 어우러져 의사를 전합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전하려는 의사가 잘 전달될 수 있습니다. 가볍게 예를 들면 말의 내용과 태도가 정 반대가 되면 듣는 사람은 말 내용보다는 태도로 이해합니다. 그러니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서 밝게 웃지 않고 못마땅한 표정과 억양으로 말하면 듣는 사람은 '안녕하세요'라는 내용을 받아들이기 보다 '저 사람이 나한테 왜 저러지?'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이렇게 몸짓은 말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그중 꽤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손짓 '제스처'입니다. 위 이야기의 발표자는 긴장한 나머지 경직된 자세로 손을 쓰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도 부자연스러워지고 표현도 말하는 것이 아닌 외운 내용을 토해내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말이죠. 평가하는 임원들은 그의 말 내용을 듣기보다 어색한 몸짓에 집중하게 됩니다. 앞에서 말하는 사람이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일관하니 말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죠.
제스처는 말하기에 영향을 미칩니다. 생각보다 더 말이죠.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한번 해 보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망치질하기를 설명할 때 두 손을 차렷 자세로 가만히 두고 말해보는 겁니다. 아마 말하기가 생각보다 더 힘들게 느껴질 겁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을 손으로 묘사하면서 전할 수 있는데, 그걸 하지 못하게 막으니 말문도 열리지 않는 셈입니다. 그러니 말을 할 때는 두 손을 자유롭게 쓰는 것이 좋습니다. 심지어 제스처는 기억을 되살리는 단초 역할을 합니다. 만화 '몬스터'에서 등장하는 한 형사가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 컴퓨터 자판을 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만화적 허구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위 주인공은 발표 연습을 할 때 제스처를 염두에 두고 했더라면 덜 긴장한 모습으로 '정말 말하듯이'발표를 했을 겁니다. 제스처를 더 잘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말의 내용과 맞추는 것이죠 몇 가지만 추려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간 흐름을 표현할 때는 좌에서 우로 손을 가져가면서 표현
2. 비교를 표현할 때는 왼손과 오른손을 비교하며 보여주기
3. 성장하기를 표현할 때는 아래에서 위로 손을 올려가며 보여주기
이 밖에도 몇 가지 더 있습니다만, 요점만 정리해 봤습니다. 그러니까. 말의 내용과 손짓을 일치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말하는 사람도 보다 말하기가 편하고, 듣는 사람의 이해도 도울 수 있습니다. 능숙해 보이고 전문가처럼 보이는 건 덤입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할듯 말듯 어정쩡한 제스처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그러니까. 과감하게 손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주저하는 모양새는 오히려 말 내용보다는 그 주저함에 청자를 집중시키게 마련이거든요.
년초다 보니 중요한 발표가 많은 시기일겁니다. 연습하시는 분들은 이런 점을 고려하셔서 준비해 보시면 어떨까요?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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