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DI 작업자 에릭의 헐리웃 색보정 팁 : 클리앙



영화 매드맥스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뭐라고 생각하세요?매드맥스DI작업자에릭의헐리웃색보정팁클리앙 remember me? 발할라?! 뭐…사람마다 꽂히는 포인트가 다르겠지만 전 퓨리오사의 눈빛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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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는 아시겠지만, 대사가 많지 않은 영화입니다. 그래서 화면으로만 다양한 디테일을 전달해야 하는 나름의 고충이 있는 작품이고요. 그리고 그런 디테일을 완성하는 작업 중 하나가 DI입니다. 색보정이라고 하면 노출 날아간 거 잡거나 혹은 원하는 색으로 변경하는 작업 과정 정도로 생각하실 수 있지만 실은 그것보다 더 디테일하고 생각보다 예민한 작업입니다. 사막에서 촬영한 영화가 이토록 생생하고 강한 시각적 매력을 갖을 수 있게 된 매드맥스의 DI 작업자 에릭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컬러 작업 기준과 방법에 대해서 말해볼까 합니다.


1.작품의 시작 :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위해

매드맥스의 감독은 조지밀러입니다. 조지밀러는 팽귄 나오는 영화인 해피피트 감독으로도 유명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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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오래 건강 건강하게 작품 활동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지밀러는 매드맥스(촬영은 2012년에 시작)를 위해 30년 분량의 포스트 아포칼립틱한 영화들을 쭉 살펴봤는데 대부분 채도가 낮고 블리치된 룩으로 작업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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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반적인 포스트 아포칼립틱한 느낌에서 벗어나 다른 룩을 구현하려 한 조지는 DI 작업자 에릭에게 “채도가 강하게 그리고 현실감 있게 만들고 싶다” 라고 전달했고 그 결과로 매드맥스 영화 전체는 채도가 약간 강한 느낌이 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이 잘 먹힌 이유가 영화 대부분을 사막에서 촬영했기 때문이에요. 사막에서 촬영한 이미지가 채도를 기본으로 유지했다면 시각적으로 쉽게 지루해질거에요. 2시간 내내 다큐 느낌의 사막만 바라보면 영화관에서 수면제 뿌린 듯 사람들 잘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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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법 : NO EYE SCANNING


해당 작품에는 600개가 넘는 Sky replacement, 엄청난 양의 로토스코핑, 비네팅, 쉐이딩, chromatic aberration 효과 그리고 샤프닝까지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수많은 효과가 들어갔습니다.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이런 효과를 넣은 게 아니라 조지감독의 no eye scan 때문이에요. 훌륭한 감독들을 보면 영화를 볼 때 관객이 eye scan 하지 않도록 시각디자인을 합니다. 관객들이 이미지를 보면서 뭐가 중요한지 고민하는 장면이 아니라 떠먹여 주는 거죠. 샷마다 시선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명확하게 인지하게 만들어서 스토리에서 헤매는 것이 없게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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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영화 전반에 걸쳐 샤프닝이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샤픈을 단순히 선예도를 높이는 용도로도 쓰긴 하지만 샤픈을 올리면 이미지가 날선 느낌이 들면서 타협하지 않는 그런 강인한 느낌을 줍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의지, 뭐 이런 느낌인데 에릭은 주인공 맥스와 퓨리오사가 이겨내야 하는 상황과 의지를 샤픈을 강하게 하면서 보여주기도 하고요. 해당 액션 장면을 보면 안 그래도 박진감, 역동성 넘치는데 강한 채도와 더불어 샤픈까지 더해지니 훨씬 흥미롭고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영상을 만들어 내죠. 샤픈을 적당히만 올려서 거친 느낌만 더하도록 작업했고 샤픈을 전체 적용한 게 아니라 각 클립의 프레임 특정 부분만 적용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어요. 그래서 영상 곳곳에 부분적으로 작업한 흔적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2-2. 비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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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네팅은 개취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로저 디킨스의 경우 비네팅 대놓고 싫어한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사실 전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양한 장면에서 비네팅을 좀 티나게 활용합니다. 오히려 이런 부분들 덕분에 매드맥스만의 매력이 강해진 것 같아요. 


2-3. EYE trackingUntitled_1.23.1.jpg

임모탄 아저씨 눈만 반짝반짝


매드맥스는 캐릭터들의 눈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많이 맞춰서 작업했어요. 매드맥스는 대화가 거의 없고 배우들의 시선과 표정에서 감정이 전달되기 때문에 눈에 초점을 맞춰 디테일을 잡아주는게 중요합니다. 영상이든 사진이든 눈에 초점이 맞지 않는다면 가치가 확 떨어지죠. 매드맥스도 눈을 생생하게 표현하려고 눈을 추적해서 명암하고 선명도를 높여 작업했습니다. 덕분에 매드맥스 케릭터들을 보면 눈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어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빛납니다. 샤프닝과 더불어 명암도 조절까지 다 진행한 거라 더 그렇게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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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막의 색과 피부색이 비슷하기 때문에 둘을 분리해 작업하는 부분도 어려웠다고 해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히길 그냥 천천히 디테일하게 잡았다고 합니다. 마법같은 방법은 없고 오직 꾸준히 하는 거 말곤 없다고요. 더불어 매드맥스는 6개월 이상 촬영한 영화이기 때문에 컷마다 어떤 신은 여드름이 있고 어떤신은 없기도, 피부 트러블이 어디엔 있고 없고 그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해요. 이렇게 일관성을 위해 모든 씬마다 tracking을 통해서 작업했는데 장면마다 툭툭 끊어지는 느낌 없이 작업하는게 쉽지 않은데 티 안 나는 거 보면 역시 헐리웃 di 작업자 답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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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장면 중에 redemption 이라고 불리는 장면이 있어요. 맥스가 세운 계획을 다른 캐릭터들에게 말해주는 장면인데, 해당 계획이 확실치도 않고 잘못되면 위험한 그런 계획이고요. 즉 확신할만한 상황이 아니고 세운 계획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장면이기 때문에 이런 폭풍전야 같은 느낌을 영상 안에서도 표현하고 싶어서 하늘 부분을 일부러 폭풍이 불어닥쳐 올 것 같은 느낌으로 바꿔 작업했다고 해요. 캐릭터 자체는 태양 빛을 맞고 있지만 배경에는 폭풍이 불어닥치는 그런 상반된 느낌이 공존하는 분위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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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앞으로 벌어질 일이 잘 풀릴지 아니면 고통만 가득할지에 대한 느낌을 더 확실하게 주기 위해 sky replacement도 진행한 겁니다.


3.Day-For-Night / D4N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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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의 목적, 안전 그리고 심미적인 이유로 낮에 찍고 밤에 찍은 것처럼 후보정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곤 합니다. 이를 day for night (줄여서 D4N)이라고 불러요. 보통 영상 촬영할 때 풀데이로 촬영하게 되면 하프보다 조명팀, 촬영팀, 배우, 헤메, 장소렌탈 등 금액이 훨씬 커지게 됩니다. 비용 절감의 목적으로 만약 낮에 찍고 밤처럼 편집하면 시간과 돈을 모두 아낄 수 있는 거죠. 또 밤에 정말 어두울 때 찍으면 위험한 곳도 있어 이렇게 하기도 하고요.


후보정으로 그게 가능해? 싶을 텐데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사실 완벽하게 되지는 않고요. 그럴듯한 광원을 찾아 모양을 잡아주면서 밤 같은 느낌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미지를 보면서 영역을 여러 개로 나눠 그럴듯한 밤을 만들어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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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에서도 d4n 장면 촬영분이 있어요. 에릭도 이부분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하고요. 이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하이라이트가 클리핑 되지 않는 선에서 일부러 노출 2스탑 올려서 촬영했다고해요. 일부러 노이즈 플로우 위에서 촬영해서 암부쪽 노이즈가 발생하지 않도록 촬영한거죠. 이렇게 디테일이 살아있으면 선택적으로 원하는 부분만 조절해서 어떤 부분은 살리고 어떤 부분은 감추고 이렇게 작업이 가능한거죠. 


아래 사진은 아리랑 파나비젼 합쳐둔 카메라 세팅, 원래 낮에 찍은걸 이렇게 밤으로 바꿔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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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_2.11.2.jpg   영화 NOPE에도D4N 장면이 있긴한데 이건 일반적인 ND, CPL, 후보정등으로 구현한게 아니라 카메라 2대 사용해서 합성해서 만든겁니다.  ARRI ALEXA 65 적외선 + Panavision 65 Color 촬영본을 합친거에요. 애드 아스트라 촬영감독인 호이트 반 호야테마 아저씨가 촬영한건데 역시 최고 존엄 감독입니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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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실내 카체이싱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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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해가 쨍할 때 촬영하면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실내외 노출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외부에 노출 맞추면 내부는 어둡고 내부에 노출 맞추면 외부는 노출 오버가 되죠. 매드맥스 카체이싱 장면에서도 동일한 고충을 겪었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부분의 마스킹 작업을 통해서 암부 쪽 살리고 채도 높여서 최대한 실내와 실외 둘 다 디테일을 보존하는 쪽으로 작업했어요. 이렇게 하면 암부와 명부의의 디테일을 잃지 않고 모두 살릴 수 있고요. 이 덕분에 hdr로 작업한거 아니냐는 오해? 도 있었습니다. 매드맥스는 hdr작업을 하지 않았어요. 물론 HDR처럼 보이게 하자라는 기준으로 작업하긴 했지만 hdr은 아니죠.


5.마무리


명작업자들이 만드는 영화는 친절해요. 수많은 작업들을 통해서 관객이 보아야 할 부분을 강조하고 컷마다 변경되는 지점이 있더라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이어 붙이고요. 사실 같은 장소 같은 공간에서 촬영한다고 하더라도, 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서 때론 어둡고 때론 색이 다르게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원치 않는 색이 들어가게 촬영되는 경우도 있고요. 에릭은 각 장면을 작업할 때마다 오디오를 포함한 전체적인 장면들을 다시 확인하여 중요한 부분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면서 작업했다고 해요. 전체적인 조화, 각 장면마다의 특색을 모두 살린 훌륭한 작업인 것 같습니다. 올해 매드맥스 후속편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조지 밀러 아저씨 건강하게 작품활동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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