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상식으로 하려다가 기타로 합니다. ^^
얼마 전 수학학습에 대한 글을 보고,수학뭘배워야하나클리앙 그리고 가끔 올라오는 다시 수학을 배우고 싶다는 분들의 글을 보고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한때는 수학을 열심히 공부했고, 정말 초창기지만 수학올림피아드 대표 선발전까지는 갔었고, 그 이후 대학에서도 석사까지 수학을 전공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가끔 물어보는 지인도 있고, 정말 필요한 지인에게는 수학을 계속 하고 있는 지인을 소개시켜주긴 했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 수학이란걸 배웠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혹은 이런걸 알기 위해서 수학을 배우는 것이다 라는 걸 정리해서 알려주곤 했습니다. 제가 아는 것도 결국 한 부분밖에 안되는 것이고, 오래 전 배운 것이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이런 내용도 있다는 것을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깊이 공부하신 분, 아직도 수학에 머리 싸매시는 분들의 수정 및 첨언 부탁드립니다.
사실 제가 적을 내용은 수학을 "어떻게" 배우면 좋을까에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 쪽은 생각은 조금 해봤지만 과외를 할 때 써먹어봐도 소질이 없는지 잘 안되더라고요. "왜" 배우느냐 와 "무엇을" 배우느냐에 관련된 것입니다. 또는 왜 자연과학을 하는데 수학이라는 것을 써먹느냐에 관련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와전될 것 같은데, 일단 시작은 "수학을 배울 때 무엇을 배워야 하나"로 해보겠습니다.
1. 일단 계산을 배워야 합니다. 산술이라고도 하죠. 이 산술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는건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뺄셈, 나눗셈, 분수 등의 의미를 알기 어렵습니다.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설명하기도 어렵죠. 그러면서도 계산은 배우라고 합니다. 우리 생활에는 많은 계산이 엮여져 있습니다. 거스름돈 계산해야하고, 주택청약할 때 내 조건으로 어디를 청약해야 더 유리한지 알아야 하고, 복권을 살 때 어느 복권이 제일 유리한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10여년 수학을 배웠는데 위에서 말한 뒤 두가지는 잘 계산을 못한다는거죠. 공식으로 계산하는 법만 배워서 그런 것 같긴 합니다만 어떻게 개선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2. 약간의 원리는 알아야 합니다.
- 집합론부터 시작해서 공집합에서 사칙연산까지 그리고 물리에서 다루는 공간이나 새로운 연산까지 다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 분수에 대해서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선생님이 분수라는 것은 "분모가 1이라고 생각했을 때 분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다"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분수는 비례식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때 굉장히 잘 표현한 말이라고 나중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아이가 저 산의 갯수랑 지금 앞에 있는 사과의 갯수가 같다.. 라는게 뭐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설명할까요?
- 사과를 반으로 나누면 2개가 되었는데 이게 1/2라는 걸 어떻게 설명하면 될까요?
- 그래서 대부분의 교과서에는 정의와 그 정의에 관련된 정리가 제일 처음에 나옵니다. 이걸 충분히 이해를 해야합니다.
- 이해의 방법이 어렵다면 1에서 나온 것처럼 계산을 이용해 숙달하는게 먼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아무래도 여러가지를 조합하여 연상하는 걸 해보기 때문에 막연하나마 조금씩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수학교육은 대부분 이 방법인 것 같긴 한데,
3. 이제 조금씩 수학 얘기로 들어가보겠습니다.
- 제가 생각하기에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 배워야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대상의 여러가지 성질 중 몇가지 성질만 골라내서 추상적인, 그렇지만 우리가 좀더 알고 있는 대상에 투영해 보는 방법입니다. 그리하여 현실의 조건보다 적은 조건으로 계산을 통해 추상적인 곳에서 어느 정도의 결과를 낼 수 있고, 그 결과들을 현실에 다시 투영해서 현실을 예측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위 내용이 사실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 숫자라는 것도 추상적인 것이라는 걸 이해하신다면, 사과라는 것에 다양한 많은 성질이 있는데, 그 중 지금 따지는 것은 "갯수"라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 지금 모여있는 사람도 사람의 고유한 성질은 다 무시하고 사람의 수만 생각한다면, 지금 있는 사과를 현재 있는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이걸 좀더 복잡하게 응용한 것을 생각하면, 자연과학에서 이 세상의 운동에 관여하는 힘을 4가지라고 알아냈고, 그 중에서 거시적인 세상에서는 중력만 작용한다고 하는데, 그 중력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질량과 거리밖에 없다.. (혹은 나머지 조건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하다) 라고 한다면 거리를 위해서 일단 위치를 생각하고, 그 위치를 숫자로 표현하고(좌표계), 그 좌표계에서 우리의 직관과 일치하는 거리를 정의한다면 그 공간은 거리가 정의된 유클리드 공간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즉 이 세상을 질량과 거리만 있는 추상적인 유클리드 공간에 투영을 하고, 지금 대상의 움직임을 유클리드 공간의 방정식으로 표현하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는거죠.
- 미시적인 세상으로 들어가면 불확정성원리가 작용하게 되고 여기서 큰 변화가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래서 거기서 생각하는 대상에 브래킷이라는 연산 ( [X,Y] = XY-YX )을 만들고 그 브래킷이 있는 유클리드 공간을 리 그룹이라고 정의를 한다네요.
- 더 큰 거시적인 세상으로 가면 아인시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오고 중력에 대한 큰 고민 끝에 결국 중력으로 인해 공간이 휘어지는 얘기를 하게됩니다. 그것을 추상적인 수학적 대상으로 따지자면 미분기하에서 배우는 매니폴드가 나왔었는데 매니폴드의 조건은 잘 기억이 안나네요. 수학적으로는 국소적으로 유클리드공간과 diffeomorphic하다.. 라고 기억을 하는데 직관적인 의미가 잘.. ^^
- 여기까지는 자연과학자들이 하는 내용이니 잘 모르셔도 되는데, 이 다음부터 수학에서 배워야 하는 것, 수학의 위력이 나옵니다.
- 알고 싶어하는 세상을 추상적으로 표현을 했는데, 그 추상적인 대상마저도 너무 어려워서 알 수가 없습니다.
- 여기서 수학자들이 수학을 배우면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가장 중요한 미분과 선형대수가 나옵니다.
4. 미분과 선형대수
- 미분은 차원이 하나 낮아지고, 적분은 하나 높아진다라는 걸 고등학교 때 배운 적이 있을 겁니다. 굉장히 중요한 힌트입니다.
- 근데 그보다 더 중요한 미분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은 미분계수가 그 점에서 원래 함수랑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대학 수학에서 입실론-델타를 배우시고 그걸 이용해서 미분을 다시 정의한걸 보셨으면 그 차이가 굉장히 작다는 것을 알 것인데요. 미분 계수, 혹은 도함수, 혹은 그냥 그 대상의 미분은 그 대상의 그 점, 혹은 굉장히 작은 국소적인 부분에서 원래 대상과 굉장히 닮은, 그러면서도 그 대상보다 한차원 낮은 대상입니다.
- 차원이 낮으면 보다 알기가 쉽습니다. 즉 알고자 하는 대상보다 조금 알기 쉬운 대상이먼서 원래의 대상과 비슷한 것이 미분인 것이죠.
- 그래서 미분하면 조금 쉽게 추상적인 계산을 하고 그것을 원래 대상으로 돌아가 유추를 할 수 있습니다.
- 이게 미적분학의 기본정리입니다. 조금더 추상적으로 따지면 어떤 대상의 미분을 어떤 공간에서 적분하면 그 공간의 경계에서 원래 대상의 차이와 같아지는..
- 그래서 자연현상을 연구하다가 모르면 일단 미분을 해라.. 는 말이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미분은 차원을 낮추는 것인데, 선형대수는 조금 다릅니다.
- 선형대수는 벡터와 행렬로 생각하실 것 같은데, 그것보다는 좀더 추상적으로 따지자면 선형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해야합니다.
- 이건 제 생각에는 컴퓨터의 발전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선형성을 가지는 대상은 벡터/행렬로 표시를 해서 컴퓨터로 계산이 가능하게 됩니다.
- 제 전공이긴 한데 이제는 그 의미만 살짝 알고 있는 표현이론(representation theory)라는게 있습니다. 해석학 책을 보다가 representation theorem을 설명할 때 저자가 brilliant하다는 말을 썼던게 기억이 납니다.
- 표현이론은 결국 알고자 하는 대상을 적당히 잘 집어넣으면 그 대상의 차원보다 큰 어떤 선형 대상 속에 부분 공간으로 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즉 차원이 높아져서 계산이 복잡하긴 하지만, 계산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어려운 대상을 계산할 수 있는 대상 속으로 집어 넣어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제 전공이 리대수 인데, 리대수는 위에서 잠깐 언급한 리그룹을 미분하여 나온 대상입니다. 즉 양자역학에서 알고자 하는 대상을 미분했는데, 그게 선형공간이 되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5. 결국 수학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 제 생각에는 알고자 하는 대상이 있는데, 이 대상이 너무 어려우면, 다른 좀더 알고 있는 대상으로 이를 "근사"해서 원래 대상을 유추하는 방법입니다.
- 조금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뭔가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잘 모르겠으면, 그 무언가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성질 중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성질 몇가지만 빼고 나머지는 다 무시하고, 그 중요한 성질만 유지하는 추상적인 대상으로 근사를 시키고, 그 근사된 대상에서 수학적인 방법으로 많은 계산을 하고, 그 계산을 이용해 원래 대상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수학이 가져온 방법론이고 이 방법과 그 방법을 이용하는 연습을 하는게 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 테일러 급수는 어떤 함수를 다항식으로 근사시키는 것이고, 푸리에 급수는 그 함수가 주기성을 가지고 있다면 삼각함수의 합으로 근사시키는 것이라고 기억합니다.
6.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학력고사(나이 나옵니다. ^^) 시절에 시험을 출제하러 가신 교수님들 생각을 해보면, 이런 것을 학생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문제를 내곤 하셨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문제는, 문제 자체는 기억나지 않지만, 미분 문제였는데.. 굉장히 복잡한 계산을 한참 거쳐서 겨우겨우 답을 냈는데, 위에서 말한 미분계수가 원래 함수의 근사라는 것을 안다면 문제의 그래프만 보면 그냥 암산으로 답을 낼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길게 썼는데, 쉽게 적었는지, 사실 지금에 와서는 이게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했는지도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도움이 되는 분이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