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스베이더입니다.
결혼식 사회를 맡아 진행한 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그 세월이 있다보니 제 결혼식 준비하기도 수월했고,미립자팁결혼식사회를의뢰받았다어떻게해야하지클리앙 컨설팅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클리앙에도 이미 저와 인연을 맺으신 분들이 여럿 되시죠. 이 자리를 빌어 기회를 주신데 감사를 드립니다.
살다보면 친한 친구에게 결혼식 사회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할 겁니다. 저야 업이 그쪽이니 문제는 없지만, 일과 관계가 없던 분들에게는 난감한 부탁이죠. 남의 소중한 행사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말을 잘 한다는 것과, 대중 앞에서 진행을 하는 것은 다릅니다. 풍부한 경험과 행사장을 살필 수 있는 시야가 있어야, 매끄럽게 진행해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례를 모시지 않는 가족예식이 보통인 상황이라 사회작의 역량은 더 중요해졌습니다. 주례가 있다면 주례와 호흡을 맞춰가며 보완할 수 있는데, 주례가 없는 상황에서는 사회자 혼자 각종 돌발상황에 대처해야 합니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고정으로 나가는 예식장에 도착하니, 제가 사회를 볼 필요가 없다더군요. 갑자기 친구가 보기로 했다고 전해왔습니다. 제 거마비는 보존해주기로 해서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에 자리에 앉아 지켜 봤습니다. 사회를 맡은 신랑의 친구분은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니 평소에 대중앞에 나선 경험이 있는 분으로 보였습니다. 별 일없이 잘 되겠다 싶어마음 편히 있기로 했습니다. 보통 사회자가 초보라고 판단이 되면 근처에서 스탭 역할을 해주거든요.
신랑의 친구가 마이크를 들고 멘트를 하는 순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마트의 판매사원'의 어투로 (스탭들 사이에서는 싸구려 같다는 평을 하는 톤입니다' 진행을 시작했습니다. 뭐 어투야 그럴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데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웨딩홀은 스탭이 사회자 곁에서 보조를 해줍니다. 오프닝 해라, 인사 시켜라 라며 디렉팅을 해주죠, 신랑이나 신부, 가족에 등장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곁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보조해 줍니다. 그런데, 제가 나가는 그곳은 하우스 웨딩홀로 사회자가 모든걸 지휘해야합니다. 사회자 다 챙겨야 하는, 사회자 역량이 중요한 곳이죠.
결과는... 돌발상황이 생겨도 대처하지 못하고, 당황한 사회자는 식순도 틀려가며 진행을 해버렸습니다. 신부가 썩소를 품기 시작했지만, 어쩌겠어요.
이런 연유로 주례를 모시지 않는 가족예식을 진행할 때는 꼭 당부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아니어도 좋으니 MC경험이 있거나 결혼식 사회 경험이 풍부한 지인이나 전문 사회자를 섭외하라'고 말입니다. 그래야 매끄럽게, 자잘한 사고에 대처하며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말이 길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내가 사회 의뢰를 받았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준비 팁
1. 서둘러 식순을 확정 짓도록 하고, 순서를 넘겨 받습니다.
2. 순서에 따른 멘트를 준비합니다.(멘트는 구어체로 준비합니다.)
3. 멘트를 소리내어 낭독해 연습합니다. 목표는 대본을 보지 않고 식순만 보며 진행할 수 있을 정도까지입니다.(외우는게 아닙니다.)
4. 리허설을 해봅니다. (영상으로 찍어도 봅니다.)
이 네 가지를 충실히 챙기면 제일 좋습니다. 일반인 사회자의 아쉬운 점이 시야가 좁아진 탓에, 사회를 보는게 아닌 원고만 읽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래서는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도, 돌발상황에 대처하기도 어렵지요. 이점을 최소화 하려면 위에 언급한 1~4번 까지의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특히 3번과 4번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 소중한 지인의 결혼식을 꽃피워주는 것이 미션이니, 그냥 원고만 읽고 오기에 집중한다면 아쉬움이 많겠지요.
진행 팁
원고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사회자의 역할은 행사의 식순과 특이사항을 숙지한 상태에서, 각 세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위험에 대응하는 마치 선장과 같은 자리입니다. 그래서 좌중을 살피며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1. 멘트를 할 때는 원고를 보지 말고 사람들을 보며 합니다(그래서 준비가 철저히 되어야 합니다.)
2. 각종 돌발상황에 대비한 멘트가 필요합니다. 화촉점화시 점화가 안 된다든가, 신랑이나 신부가 발을 헛디딘다는가, 너무 운다든가
3. 동선멘트를 해주면 좋습니다.
스탭을 기다리지 말고, 어머님 마주보세요, 덜아서세요 등 본인이 주도적으로 출연진(?)에게 디렉션을 해줘야 합니다. 보통은 리허설을 하지만, 식이 시작된 순간 부터는 리허설 내용을 다 잊어버리니까요. 저는 아예 대놓고 시작전 신랑과 신부에게 리허설 외우지 말고 제 말을 듣고 움직이라고 주문합니다.
4. 뭔가 이상한 상황을 극대화하는 멘트는 지양합니다. 예컨데 맞절하다 신랑 신부가 부딛혔다면, '여러분 이래서 생방송이 재미납니다' 정도의 멘트로 좌중을 웃기면 됩니다. 이런 상황에 더 심각하게 반응하면 객석은 더 심각해집니다. 유쾌하게 상황에 반응하기가 중요합니다.
위 네가지를 염두하고 진행석에 선다면 큰 실수 없이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