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좋은 생각은 하고 부정적이고 힘든 생각은 안 하려고 하는데, 사실 어떤 생각이라도 내려놓는 게 필요합니다. 저는 환자에게 이르기를, 좋은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내려놓되 그게 꼭 필요한 생각이라면 그 내용을 기록하라고 합니다. 보통은 그렇지만 수험생에게는 예외를 둡니다. 공부와 관계되는 생각은 무방하다고 이야기하지요. 수험생은 공부 삼매에 들어 있어야 되니까요.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러는 동안에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좋은 생각을 하는 것이 현재에 집중하는 것만큼은 못하고 한계도 있지만 병으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좋은 생각을 한다는 건 생각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뜻이고, 따라서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바로 생각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멈추어야 할 때 멈출 수가 없고, 나쁜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좋은 생각은 나쁜 생각 옆에 붙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둘이 친구인 거지요. 이에 비해 생각 없음은 나쁜 생각과 한참 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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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음을 구축하려면 나쁜 생각이 일어날 때 바로 내려놓으면 됩니다. 좋은 생각이 일어나도 바로 내려놓고요. 어떤 생각이든지 일어나면 탁 내려놓습니다. 그러면 생각이 없어집니다. 생각이 발붙일 곳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음은 속성상 어디라도 가야 하는 것이므로, 생각을 내려놓고 갈 곳이 필요합니다. 그곳이 바로 현재입니다.
-알라딘 eBook <전현수 박사의 불교정신치료 강의> (전현수 지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