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깊은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습관 : 클리앙

지난 글에 좋은 말씀을 많이 주셔서 답으로 추가해 작성해 올립니다.


이하 경어체가 생략됩니다.


가볍게 읽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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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직업을 가진 입장에서 듣는 오해 중에 하나가 ‘어떻게 말을 그렇게 그냥 술술 할 수 있나요?인상깊은프레젠테이션을만드는습관클리앙’이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이미지메이킹에서 재킷을 벗는 행위와 소셜 마케팅의 지향점을 연결해 말하기’ 가 그 예다. 보통 이런 질문을 받으면 ‘냉장고에 재료를 넣어 둬야 요리를 하겠죠?’라고 답한다. 


말하기가 직업인 사람은 습관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한다. 전공보다는 교양과목을 많이 듣기와 비슷하다. 책은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뉴스나 신문, 인터넷 글이나 댓글, 밈, 짤방까지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이지 말이다. 요리할 재료를 냉장고에 채워 넣는셈이다.


2019년으로 기억한다.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서는 매년 후원자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고 연말이 되면 정기 공연을 갖는다. 나는 2018년, 2019년까지 후원자 합창단으로 함께했는데, 합창곡을 함께 준비할 여건이 되지 못해 정기공연 사회를 맡는 것으로 대신했다. 내가 맡았던 마지막 공연에서 특별한 순서가 있었다. 후원을 받아 자란 아동이 음악가로 성장했고 독주 무대를 가진 것이다. 성인이 되면 후원이 마무리되기에 그 아동에게는 일종의 졸업 무대가 된 셈이었다. 사회자의 역할은 주목받는 게 아니다 각 순서가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무대의 주연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해주면 족하다. 그래서 학생의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그 무대의 의미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학생의 무대가 끝나고 내가 뱉은 말은 이랬다. 



“정말 멋진 연주였죠? 뜻깊었기도 하고요. 제가 얼마 전에 인상 깊은 뉴스를 하나 봤습니다. 일본인 경찰관 이야기였어요. 일본에 살던 한 어린아이가 한국에 여행을 왔었답니다. 여행 도중에 마주친 우리나라 경찰관이 너무 멋져 보여서 사진을 같이 찍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경찰관은 흔쾌히 응해줬다고 합니다. 그런 경찰관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소년은 꿈을 정했다고 합니다. 이방인에게도 친절했던 그 멋진 경찰관 같은 경찰이 되고 싶다고요. 결국 그 일본인 소년은 경찰관이 되었고, 자신에게 따뜻함을 보여준 우리나라 경찰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기사였어요. 


호의를 보여준 우리나라 경찰관분은 매우 특별한 생각에서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무원으로서 가벼운 친절 정도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런데 그 가벼운 친절이 한 아이 인생의 길잡이가 되었지요. 저는 후원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후원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혹은 길잡이가 된다고 말이죠. 그러니 방금 전 있었던 무대도 그런 호의가 모여 이뤄낸 결과가 아니었을까요? 멋지게 성장한 연주자 ㅁㅁㅁ님을 위해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멋진 무대였다고 가벼운 말 하기로 그치지 않고, 그 순서의 의미를 더 살려주고 싶었다. 그때 마침 그 주에 읽었던 기사가 떠올랐고 비유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인용해 말했다. 사전에 준비한 말이 아니었고 현장에서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생각해낸 말이다.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고 두고두고 좋은 사례로 소개하는 일화다.


만약에 그 기사를 읽지 않았다면 저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아니다’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있는 것을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 피카소도 이미 있는 사람의 앞모습과 옆모습을 조합해 입체파를 선보였다. 결국 평소에 재료를 모으는 습관 없이는 말하기 쉽지 않다.


'당신은 그런 재능’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은 섭섭하게 들리기도 한다. 마치 그냥 된다는 듯한 표현은 평소에 쌓는 노력을 폄하하는 의미로 들릴 때도 있다. 나는 지금도 매일 말하기 은행과 냉장고에 재료를 넣는다. 2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그런 세월과 투자 없이 단번에 되는 꼼수가 있다면, 나는 단언컨대 사기꾼이라 하련다. 그런 게 있으면 고생할 사람들이 없지...


모 유명 MC는 아침에 4대 일간지를 모두 읽는다는 카더라가 있다. 그냥 읽지 않고 인상 깊게 읽거나 생각해 봐야 할만한 주제는 더 읽고 메모지를 붙여 본인 생각을 정리해 쓴다고 한다. 그는 MC를 넘어 강연과 토크 콘서트 그리고 저술 활동까지 하는 경지에 올랐다.  


나는 이런 습관 없이 성취를 이룬 사람은 본적이 없다. 인상 깊은 말을 하고 싶다면, 읽고 보고 쓰고를 또 하고 또 하기를 권한다. ‘나는 말하는 직업이 아니까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다고?’ 글쎄… 탁월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본인 분야는 물론 표현하기도 갈고 닦더라. 글쓰기든 말하기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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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노트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틈 나는대로 보고 듣는 것을 메모해 둔다-




쓰고보니... 남들 다 아는 걸 뭐 대단한 거라고 쓴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진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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