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전 남긴 ‘등산복 1천만원치 산 후기’ 이후 지금도 댓글 주시는 분이 있네요.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8385219CLIEN
“등산복 구매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셔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의도한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일주일에 1회 정도 봄여름가을에만 동네뒷산(총 등산 시간 4시간 이내)을 가신다는 전제에서 말씀드립니다.
“난 한 겨울에도 자주 등산을 가고싶다“면 등산 카페나 유튜브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으시면 됩니다.
1. 등산복,등산복천만원치글이후또후기클리앙 등산가방 사지 마세요.
생각해봅시다. 등산에 어떤 옷이 필요할까요? 움직임이 많으니 신축성 있는 상하의입니다. 정상에서 바람이 분다면 바람막이만 있으면 됩니다. 모자도 필요하네요.
집안 둘러보면 이런 옷과 모자는 대부분 이미 갖고 있습니다. 츄리닝이나 반바지에 아무 반팔티(면 소재 제외), 아무 모자나 쓰고 가도 됩니다. 낡은 점퍼라도 아무거나 가져가시면 충분히 바람 막습니다. 그래도 추울 것 같다면 얇은 플리스 자켓을 안에 하나 더 껴입으면 됩니다.
가방도 가벼운 백팩에 물과 간식만 챙겨가도 됩니다. 등산가방이 더 좋은 이유는 딱 두 가지입니다. 1. 걸을때 가방이 흔들리지 않게 몸에 밀착할 수 있는 끈이 있고 2. 등산스틱 걸이와 많은 수납 주머니 등 다양한 기능 때문입니다.
2. 그래도 이건 꼭 사세요.
등산에서 가장 위험한 건 미끄러짐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등산화는 필요합니다. 접지력 좋은 등산화로, 되도록 발목 위까지 오는 게 좋고 못해도 발목을 살짝 덮어주는 트레킹화라도 사세요.
둘째가 장갑입니다. 미끄러지면 본능적으로 손을 쓰게 되는데 손바닥 보호를 위해 필요합니다. 바위잡고 올라갈때도 미끄러지지 않게 도움 줍니다. 다이소에서 2천원에 파는 3M 미끄럼방지 장갑 사도 충분합니다.
셋째는 등산스틱입니다. 장갑과 스틱은 바위가 거의 없는 산이면 없어도 됩니다. 그래도 서울 기준 북한산이나 관악산을 가신다면 저 3가지는 꼭 필요합니다.
중요한 건 저 3가지 모두 소모품이란 겁니다. 엄청 좋은 거 살 필요가 없습니다. 산을 많이 다니신다면 한 시즌이면 못 쓰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일부 등산화는 창을 새로 갈 수 있습니다. 다만 비용이 10여만원 이상 합니다.)
3. 편하게 가볍게 다니세요.
아이가 크면서 왕복 1시간 거리의 동네 뒷산을 종종 같이 갑니다. 100만원짜리 자켓, 50만원짜리 등산화 있지만 굳이 필요없죠. 츄리닝에 트레킹화 신고 물과 컵라면만 챙겨 올라갑니다.
가볍게 다니세요. 그냥 집에 있는 아무 옷이나 가져가셔도 됩니다. 수많은 등산브랜드가 다양한 기능을 자랑하며 매시즌 고가의 옷을 내놓지만 마케팅일뿐입니다. 우리는 이미 적당히 필요한 옷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좀 더 높은 산을, 좀 더 오래, 좀 더 쾌적하게 다니고 싶다면 그때부터 하나씩 공부하시면서 마련하시면 됩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